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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여행 알레르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함께 무엇을 하면서 하루 종일 돌아다닌 다는 것은 나에게 고역이다. 하자에서 매년 알자캠프니 평가캠프니 이런 것들이 다가오면 정신적으로 피곤해진다. 작년 두 번째 알자캠프도 심각하게 고민하다 우울한 기분으로 결국 포기했고 바다한테 알자 캠프 비용 환불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바다는 어이없어 했다). 이번에도 방학 중에 글로벌 학교에서 주최하는 단체 투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방학동안 꽤 긴장했다. 저번에 학기 중에 글로벌 학교에서 진행했던 서울투어는 많이 준비하며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었다는 게 느껴지는 투어였다. 투어의 취지나 느낌은 상당히 좋았으나 문제는 그 단체 행동이란 게 나를 괴롭혔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행은 좋으나 단체로 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고충을 겪는 와중에 벌써 9일이 왔고 나는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하자에 갔다.

강릉에 가고 선교장에 가서 해를 본 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지, 그 안에 시인 허난설헌을 쫒는 것이 플러스 된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내가 떠올렸던 해돋이 투어는 함께 새해를 맞으며 새 학기의 꿈을 설계하고 다함께 신년소망을 이야기 하며 마무리 짓는, 그런 의례적인 MT같은 여행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번 학기 서울투어가 그냥 서울의 명소만 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 곧 허물어질 동대문 운동장을 마지막으로 가본다던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풍물시장에 가본다던가, 달동네 사이에 있는 인도식 레스토랑에 간다던가 하는 식으로 서울 안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찾았듯이 이번 여행에서도 해돋이라는 이름아래 함께 허난설헌의 행적을 쫒고 시를 읊는 신년여행이란 게 꽤 특별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어느 한 편으론 서울투어에 비해서 특성이 약한 여행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돋이 그 자체를 위한 투어인지, 허난설헌을 기리는 여행인지, 시를 쫒는 여행인지, 신년 소망을 불태우는 여행인지 그 점이 불분명하게 느껴졌다. 그 것이 잘 짜여 함께 뒤섞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전에 어떤 컨셉을 가진 여행인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그에 맞게 개인적인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헌데 이런 것들은 작은 요인일 뿐, 시를 사랑하고 분위기와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이 모든 게 잘 섞여서 분명 낭만적인 여행이 됐을 것 이라 생각한다.

1박 2일이란 짧은 시간 안에 오리엔테이션까지 준비하며 허난설헌 생가부터 시작해 선교장, 경포대와 경포호수 등 장소를 로케이션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여행을 가기 전 신입사원MT같은 여행을 떠올렸을 땐 2만원조차 아깝다는 기분이었는데, 여행을 가보니 2만원으로 횡재했다는 느낌. 눈 쌓인 선교장과 날씨 흐린 경포대(비록 소원종이는 못 태웠지만). 경포호수에서 3천원 주고 탔던 자전거(그레이스, 단지 빌린 돈 드릴게요), 밤중 에 혼자 읽던 책. 이런 것들이 시간이 흘러서 머릿속에서 미화되든 어째든 간에 분명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줄 수 있었던 글로벌 팀에게 수고했고 정말 좋았노라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진행 부분에서 힘썼던 것들(그림그리기, 4행시, 2연시 짓기 등)이 있었기에 헐렁하지 않은 여행이 될 수 있었다. 가는 길 중간 중간 가이드 해주던 소라의 목소리와 눈웃음, 단지의 4행시, 재규의 소년은 죽었다 이런 것들이 진행에서 나올 수 있었던 즐거움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 어디 가서 선교장이야기나 허난설헌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2008년 해돋이 투어를 떠올리며 선교장에서 자봤다고 자랑할 것 같다.

p.s- 나중엔 혼자 노는 사람들을 배려한 단체여행도 한번 기획해주길...-_-그리고 다음번엔 기상예보가 정확히 맞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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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30 16:42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오드리의 단체여행에 대한 알레르기는 익히 알고있었는데 '횡재한 느낌'까지 들었다니 다행이다 싶으면서 기쁘네. 함께 가는 여행은 마음과 여행의 동기를 모으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공동작업을 잘 시작하고 진행하려고하는 오드리에게는 동료를 물색하는 자리가 되지 않았을까?

    후기는 기한에 맞추어 썼으나 나에게 메일전송이 되지않아 이제야 올렸다는 오드리의 변도 함께전하면서.
  2. 2008/01/31 17:5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오드리의 변을 더 강조해주세요ㅋㅋ흑흑
    감사합니다 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