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비엔날레
아침부터 늦게 일어나 허겁지겁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버스 안에서는 계속 잤고 광주에 도착하니 머리에 뭔가 맞은 기분이어서 제 2전시관에서나 정신을 차린 느낌이었다.
가족과는 추석연휴 때 갔던 적이 있어 조용한 비엔날레관은 낯설었다. 제 1전시관을 보고 나서는 밖에서 하는 재즈 공연을 한참동안 보고 있다가 다시 비엔날레관에 들어갔다.
디피가 나눠준 자료에 '감탄과 환상이 가득한 감상적인 눈보다는 의심과 물음이 가득한 눈으로 관찰한다.' 라는 게 와 닿아서 그렇게 하려고 했으나 역시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돌아다녔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신기루 프로젝트라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삐뚤빼뚤 써져있는 손글씨라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지나치려고 했는데 읽다보니 내용이 흥미로웠다.
작가는 부산에 살면서 해운대나 이기대에서 날이 맑은 날 대마도가 보이는데 사실은 그것이 신기루라는 학설이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마 이게 흥미로워서 읽은 것 같다. 내용은 독도 영유권에 대해 다투는 것이었던 것 같고, 마지막에는 여러 질문이 있었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인상 깊었던 것의 한 가지는 신기루 프로젝트는 무언가 그림이 있거나 보다는 글과 그 앞에 있었던 관련 서적이 전부였다. 앞 전시관에서는 그림이나 영상, 사진으로 이야기를 나타냈었는데 이 프로젝트는 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가 글씨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것도 미술전시를 하는 비엔날레관에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보면서 글로벌학교에서 하는 것과 연관되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본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 외의 것들은 많이 놓친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당시에 느꼈던 느낌들이 지금 기억해보면 기억나지 않아 슬프게도 비엔날레를 보러 갔다 왔다라고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느낌이다.
비엔날레 전시를 다 보고 대인시장으로 이동하였다. 대인시장은 여느 시장과 다름없었다. 조금 다른 것이라면 내가 여태 봤었던 시장은 길이 험하고 평상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다니기 힘든데 대인시장은 도로가 잘 닦여 있어 차 한 대도 거뜬히 지나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조건이 되니 그 곳에 전시를 하였겠지만.
복덕방 프로젝트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이 시장 지붕마다 붙어있었다. 그 현수막을 따라 가면 되어서 보러 다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전시하는 곳은 길을 따라 가다보면 가게 안이 화려하면 전시하는 곳이었다. 그 안에는 광주 5.18에 관한 것도 있었고, 쌀부대를 말아서 대롱대롱 매달아 놓은 데도 있었고 뻥튀기가 무지 쌓여 있는 곳도 있었다. 아마 시장이라는 장소 때문이었는지 그렇게 전시한 것들이 정겹다고 느껴졌다. 만약 대인시장에 전시되어 있는 전시물들이 비엔날레관 안에 있었다면 나는 그 것들을 보면서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부담 없이 봤다.
하지만 전시물을 다보고도 시간이 꽤 남아 설렁설렁 돌아다녔다. 시장은 도심 안이었고, 전시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시골에 열리는 5일장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생기면서 지역 경제가 무너진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시장으로 오면 그 말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조금 시장과 밖의 도시가 다른 세계 같다고 느껴졌는데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났다는 느낌과 약간 MT분위기 속에서 조금은 즐겁고 조금은 피곤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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